📕1900년 이후의 미술사 핵심요약 [1900b: 앙리 마티스와 오귀스트 로댕은 어떤 관계였나]

1900b by 이브-알랭 부아 Yve-Alain Bois

앙리 마티스가 오귀스트 로댕의 파리 작업실을 방문하지만 그 양식을 거부.

키워드 ㅣ 로댕, 마티스, 정면성, 전체성, 모더니즘 조각

마티스와 로댕.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오귀스트 로댕(Auguste René Rodin, 1840~1917)의 파리 작업실을 방문하며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당시 로댕은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단조로운 아카데미풍 기념물과 상투적인 동상만 존재하던 19세기 조각 분야를 혁신한 유일한 조각가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마티스는 로댕의 조수로 있던 친구를 통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로댕에게 영향을 받는 동시에 실망을 경험하게 되었다.

1. 거장을 따라서

마티스의 브론즈 조각인 노예(1908)는 로댕의 조각 걸어가는 남자(1900)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마티스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걸어가는 남자의 모델에게 비슷한 자세를 취하게 하였으며, 로댕의 작품처럼 팔을 절단하였다. 또한 작품 표면의 들쑥날쑥함은 로댕의 ‘개인적인’ 미술에 내재된 양식적 특질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이다. ‘개인적인’ 미술에서 볼 때, 로댕은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의 대가로, 그의 작품은 모델링이나 주조 등 제작 과정을 드러낸다. 갈라진 상처나 긁힌 자국과 같은 흔적들은 조각적 과정 자체가 작가의 표식이자 하나의 언어임을 보여준다.

2. 마티스, 이탈하다

앙리 마티스, 토끼를 뜯어먹는 재규어 Jaguar dévorant un lièvre, d'après Barye, 1899~1901

그러나 두 작품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로댕의 걸어가는 남자에서는 동작은 정지되어 있지만, 그 형상은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면 마티스의 노예는 더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며, 움직임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간 속에서 자율성을 주장한다. 마티스는 로댕의 ‘과정적’ 특징을 모방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그는 로댕의 물질성 원리를 이해한 후, 이후의 작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반복하지 않았다. 특히, 마티스는 로댕의 가장 현대적인 측면 중 하나인, 접합된 파편을 짜맞추고 부분적 형상을 탐닉하는 측면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토끼를 뜯어먹는 재규어(1899-1901)라는 작품을 작업하면서, 그는 자신이 사실주의가 아님을 깨닫고 해부학적인 사실성과 결별했다. 로댕의 환유적 파편화에 반대한 마티스는 이후 조각을 단일한 전체로 보고자 하는 접근법을 취하게 되었다.

아리스티드 마욜 Aristide Maillol, 지중해 La Méditerranée, 1905~1907

이는 전통적인 여성 누드 조각에서 매끄러운 표면을 강조하고, 한 방향에서만 감상하도록 하는 방식과도 차별화된다. 그 조각들은 완벽한 정면성으로, 한 시점에서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조각들이 지닌 평면적 불연속성은 피상적인 수준의 양식적인 겉포장일뿐 결코 공간에 입체감을 창출하지는 못했다. 이와 달리 마티스의 작품은 교묘하게 정면성을 피했다.

앙리 마티스, 등 (Back) 연작, 브론즈

네 개의 부조 연작인 등(Back) 시리즈를 살펴 보면, 자신의 회화로부터 반환영주의와 장식적 효과, 즉 전면적(allover)인 특징을 빌려왔다. 마티스의 브론즈 작품 대부분은 관람자가 작품 주위를 돌면서 봐야하는데, 이 작품은 예외적이다. 독일 조각가 아돌프 폰 힐데브란트(Adolf von Hildebrand, 1847~1921)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조각은 위장된 부조여야만 한다. 그는 조각을 평면적 관점에서 파악했다. 힐데브란트와 아카데미 전통 전체가 전제한 바에 따르면 부조의 배경은 형상이 나타나는 상상의 공간으로, 관람자의 해부학적 지식을 통해 재현된다. 그러나 마티스의 부조는 힐데브란트의 이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는 로댕과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전통과 힐데브란트가 신봉했던 상상 속 물질의 투명성에 대한 이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3. 접근할 수 없는 물자체

앙리 마티스, 뱀처럼 구불거리는 인체 The Serpentine, 1909

마티스에게 ‘투명성’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작품의 의미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개념적 투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조각에서의 빈 공간 활용을 의미한다. 마티스의 뱀처럼 구불거리는 인체(1909)는, 어느 한 시점에서만 전체를 감상할 수 없으며, 어떤 각도에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즉, 관람자는 작품의 전체성, 곧 물자체에 완전히 접근할 수 없다. 마티스는 조각 사진을 촬영할 때 정면 시점을 피하도록 사진가들에게 조언했으며, 실제로 그의 조각 사진 중 정면 이미지는 거의 없다. 이를 통해 그는 마치 인식의 게임을 벌이듯이, 관람자의 전체성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면서도 필연적인 욕구 불만을 유도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야말로 모더니티의 본질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