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이후의 미술사 핵심요약 [1900a: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오스트리아 빈의 표현주의 미술]

1900a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미술이 정신분석학과 더불어 등장.

키워드 ㅣ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오스트리아 빈, 클림트, 실레, 표현주의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ph Maria Olbrich, 1867~1908), 빈 분리파관 House of the Vienna Secession 입구 전경, 1898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1900) 첫머리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내가 천상을 움직일 수 없다면, 지옥이라도 휘저어 놓겠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그는 이 구절을 통해 "억압된 본능적 충동의 분투를 그려내고자 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노이에 갤러리 Neue Galerie, 1903~1907

이는 당시 빈에서 활동하던 표현주의 화가들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 1886~1980)와도 연관된다. 그들은 억압된 본능과 무의식적 욕망을 해방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들의 도발적인 그림은 표현과 억압 사이의 갈등을 드러냈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의 미술이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적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본다.

 

1. 오이디푸스적 반역

  20세기 초 빈에서는 세기말 아방가르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클림트를 비롯한 미술가와 건축가들은 1897년 미술 아카데미에서 탈퇴하여 ‘빈-분리파(the Vienna Secession)’를 결성했다. 그들은 보수적인 아카데미에 대항하며 새로움과 젊은 활기를 추구했고,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당시 빈 사회의 균열을 드러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몰락과 함께 사적 현실과 공공 도덕 사이의 균열이 일어났으며, 이는 아카데미와 국가라는 위기에 처한 권위에 맞서는 개별 주체 내부의 갈등으로 나타났다. 역사학자 칼 에밀 쇼스크(Carl E. Schorske, 1915~2015)는 이를 "집단적인 오이디푸스적 반역과 새로운 자아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추구가 결합된 문화적 위기"라고 설명한다.

요제프 호프만, 스토클레 저택 Palais Stoclet, 브뤼셀, 1905~1911 (식당 벽화는 구스타프 클림트, 가구는 요제프 호프만)

  빈-분리파 내부에서도 균열이 있었다. 클림트는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을 주장하며 아르 누보, 즉 장식미술을 장려했다. 그는 템페라와 금박 같은 고풍스러운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추상적인 형태를 실험하며 모더니즘을 시도했다. 독일 평론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분리파의 아르누보 양식에 내재한 이러한 긴장이, 공예의 개인적 기반과 공업 생산의 집단적 기반 사이의 근본적 모순에서 야기된 것임을 어렴풋이 감지했다.

이처럼 분리파는 구상과 추상, 세기말적 불안과 또다른 세기의 기쁨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순 속에 있었다. 이러한 모순은 젊은 화가 실레와 코코슈카에게도 영향을 미쳐, 그들은 표현주의적 미학을 발전시키며 날카롭고 신경증적인 선 표현을 강조했다. 한편, 빈-분리파의 건축가 올브리히는 이들을 위한 건물을 설계하며, 돔 하단에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의 미술을, 미술에게 자유를"이라는 모토를 새겨 넣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빈-분리파가 미술의 자율성을 당대의 정신, 즉 새로운 운동의 ‘예술의지(Kunstwollen)’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본다.

 

2. 무기력한 반항

구스타프 클림트의 천장화들 (현재 소실)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이하 클림트)는 19세기 말 아방가르드의 반전통적인 반항을 거쳤다. 빈 대학은 클림트에게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라는 계몽주의적 주제로 철학, 의학, 법학을 묘사하는 천장화를 의뢰했다. 그는 10년간 이 작업에 몰두하며 첫 작품인 철학(1900)을 공개했으나, 대학 측은 작품이 지나치게 음산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클림트는 의학(1901)을 또 다른 지옥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조롱했으며, 마지막 작품 법학(1903~1907)에서는 형 집행 장면을 지옥으로 묘사했다. 문어 다리에 몸이 휘감긴 남자의 운명은 복수의 여신들에게 달려 있었다. 저자는 이 형벌이 심리학적으로 ‘거세’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코코슈카는 이를 두고 "그의 반항 자체가 무기력으로 물들어 있다"라고 평했다. 온전치 못한 남성의 모습은 이후 실레와 코코슈카의 그림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실레와 코코슈카는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아르 누보의 세련된 장식성에 회의적이었고, 후기인상주의와 상징주의 화가들에게서 표현적인 미술의 선례를 찾았다. 이들은 “억압된 본능적 충동”을 탐구하며, 고뇌하는 인물 표현으로 발전시켰다.

 

3. 징후적 초상

에곤 실레, 입을 벌린 회색 누드 자화상 Nude Self-Portrait in Grey with Open Mouth, 종이에 과슈, 검은 크레용, 44.8 x 31.5cm, 1910

  에곤 실레(이하 실레)는 클림트의 장식적인 선을 자신만의 날카롭고 불안한 드로잉 양식으로 변형시켰다. 입을 벌린 회색 누드 자화상(1910)을 보면, 신체가 비틀리고 절단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인물의 변형이 당시 빈 미술의 중요한 유산이자, 성(性) 심리적 장애를 드러내는 암호로 작용한다고 본다. 당시 미술가들은 반 고흐의 표현적인 인물 묘사를 계승하여, 모델의 내재된 억압을 몸의 경련과 긴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징후적인 초상화를 그렸다.

오스카 코코슈카,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초상 Portrait of the Architect Adolf Loos, 캔버스에 유채, 73.7x92.7cm, 1909

  오스카 코코슈카(이하 코코슈카)의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초상(1909)을 보면, 차분한 모습 안에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상태는 ‘표현’되었다기보다는 ‘응축’되어 있으며, 밖으로 밀려 나온다기(ex-pressed)보다 안으로 눌려(com-pressed)있다. 로스는 장식적이고 충동적이며 에로틱한 상징을 극도로 혐오했던 인물이다. 그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비평가 카를 크라우스 또한 정신분석학을 “스스로 치료제라고 생각하는 질병”이라 부르며 프로이트와 대립했다.

한편, 프로이트는 『성격과 항문 에로티시즘』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문명이 충동을 억압하려는 과정을 탐구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더니즘 미술에 내재된 ‘표현적 자유’와 ‘엄격한 절제’의 대립이 이미 20세기 초 빈에서 형성되었음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