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2편

 

안녕하세요, 프라이빗 도슨트 변희조입니다.

 

▼ 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1편

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지난 1편에 이어서 2편을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 간송미술관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2-11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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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에 대한 설명과 감상

 

이윤영(1714~1759), 녹애정, 지본담채, 34.6 x 55.2 cm, 1743

이제 조선 후기로 접어듭니다. '지본담채', 즉 종이에 그린 그림이에요. 아쉽게도 녹애정이 어딘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윤영의 집 안에 있는 정자로 '추정'하고 있다네요. 그러나 이 그림 속 풍경의 시기는 꽤나 명확합니다. 1743년 여름, 그가 30세를 맞았던 여름이지요.

 

Q. 그럼 당나귀를 타고 가는 저 사람이 이윤영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화가의 친구인 김무택이에요. 친구가 자신의 녹애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순간을 그린 것이죠.

 

이 그림은 녹애정에서, 자신의 벗인 김무택을 위해 그려졌다고 적혀있는데요. "자- 내가 선물로 무택이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그려주지!"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ㅎㅎ)

 

 

여담인데, 저 먹으로 짙게 그려진 한라봉같은 건 뭘까... 한참 들여다보고 나왔답니다 😂 여러분은 뭐 같으세요...?

 

이윤영, <녹애정>에 대한 설명

◼︎ 은일처사형 : 조선시대 선비들 가운데 권력이나 벼슬을 탐하지 않는 재야의 선비들은 처사 (處士), 은일(隱逸)이라 하였다.

 

다음 두 그림은 배치가 주는 느낌이 독특했는데요.

강희언(1738~1784 이전), 세한청상(추위 속의 맑은 감상)(좌), 지본담채, 22.8 x 19.2 cm 류사귀정(작은 배 타고 버들나무 아래 집으로 돌아가다)(우), 지본담채, 21.3 x 19.3 cm

왼쪽이 대담하고 시원시원하다면, 오른쪽은 정제되어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랄까요. 같은 작가임에도 그리는 분위기나 느낌이 많이 달라서 신기했어요.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이 그린 듯합니다...!

집 안에 팔꿈치 괴고 창을 바라보는 듯한 사람이 보이시나요? (ㅎㅎ) 귀여워...

 

특히 이 그림의 제목은 <세한청상>. 추위 속의 맑은 감상이라는 뜻인데요. 즉, 겨울의 눈 내린 풍경을 그린 것이죠.

 

빛이 바래서 누렇게 보이는 것이지, 원래는 뽀얀 종이였을 거예요.

조선에서 설경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부분도 흥미로운데요. 지금은 이렇게 흰색 물감으로 눈을 표현하지만 옛 조선에서는 저렇게 비워두고 그렸어요.

 

최북(1712~1786 이전), 죽림연거(대숲 속에서 조용히 살다), 지본담채, 19.7x30.0 cm

이러한 그림들을 보다 보면 넓은 자연에 덩그러니 집 한 채가 놓여 있는 구도가 꽤 많이 나오는데요.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에 둘러싸인 삶, 속세의 번잡함을 피해 홀로 조용히 지내는 연거(燕居, 한가하게 집에 있음)의 생활상이 모든 문사들의 이상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밌는 게, 지금은 저렇게 속세에 벗어나 집 안에 한가하게 있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라고 하잖아요...? 시대마다 행동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는 것이니 결국 남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ㅎㅎ)

김홍도(1745~1806?), 노송독학(늙은 소나무 위의 외로운 두루미), 지본담채, 29.2 x 36.2 cm

 

다음 그림은 그 유명한 단원 김홍도의 그림입니다.

늙은 소나무에 홀로 있는 학,
진실로 스스로 깨달았으니
나도 그 의취를 함께 하고자 하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푸르른 소나무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고고히 서 있는 학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있는 것입니다.

 

 

굵은 먹선을 시원하게 뻗어내리며 그린 소나무 줄기와, 원형의 선들이 어지럽게 그어진 소나무 껍질.

 

 

 

 

 

그에 비해 아주 얇고 섬세한 선들로 조심스럽게 쓰다듬듯 그려진 두루미.

 

 

 

그 옆에 있는 나무엔 매미가 앉아 있더라고요, 하하.

장한종(1768~1815), 명선촉추(매미소리 가을을 재촉하다), 지본담채, 26.3 x 36.6 cm

오른쪽으로 나무와 매미를 치우쳐 그리면서 여백 공간의 미를 살렸습니다.

매미 소리 쫓아가지 못했는데
가을 바람 이네
1798년 4월, 광수(장한종의 호)가 그리다

이런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나봐요.

 

여름 좀 즐기려면 가을 오고

가을 좀 즐기려면 거울 오고

😂

 

2. 초충도

 

실제로 보면 매미 표현이 너무도... 바스라질듯이 얇아서 놀랍거든요.

장한종은 소년 시절부터 숭어, 잉어, 게, 자라 등을 사다가 자세히 그 비늘과 껍질을 살펴보고 묘사했는데, 매번 그림이 이루어졌을 때마다 그 핍진함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한다.

알고보니 그는 비늘과 껍질 묘사의 전문가였던 것이었습니다 ... *

 

 

매미가 나오는 '초충도'를 보았으니 이어서 다른 초충도를 보겠습니다.

김씨(?~?), 서과투서(수박과 도둑쥐), 지본담채, 26.3 x 36.6 cm

김씨(?~?), 진과문향(참외향을 맡다), 지본담채, 26.3 x 36.6 cm

 

김씨 성을 가졌던 조선 여인의 채색 초충도입니다. 수박을 서리하는 쥐, 참외향을 맡는 벌은 초충도에서 즐겨 그려지던 주제였어요.

겸재 정선이 그린 서과투서(西瓜偸鼠)

신사임당의 초충도, 서과투서(西瓜偸鼠) 중 일부

김씨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의 손자며느리였고 초충도, 묵포도 그림을 잘 그렸다고 전해집니다. 시기상으로는 신사임당보다 이후 등장한 화가여서, 사임당 신씨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진과문향 그림에서 저 덩쿨의 곡선이랑 참외에 번지는 물감의 농담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신사임당, 포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사임당의 그림! 조선에도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여성들이 많았을 텐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따름입니다... T.T

 

김씨의 초충도 위에 있는 작품은 김득신의 그림입니다.

 

시간으로는 밤이에요. 저기 큰 보름달이 보이지요? 알딸딸한 상태에서 강가에 배를 대어 놓고 달빛이 강물을 비추고... 바람도 솔솔 불고... 아주 평화로운 한때이군요 ;)

 

유리벽에 비춰진 조명도 왠지 보름달 같군요, 하하.

 

3. 낙화

다음은 박창규의 <조춘우경>이라는 작품입니다. 만들어진 방식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바로 이렇게! 불에 달군 인두로 화면을 지져서 그린 것이라 합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낙화'라고 부른다는데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박창규(1714~1759), 조춘우경, 지본낙화, 39.2 x 26.4 cm

쌀알같은 나뭇잎 표현이 뭔가 정감가더라고요. 동글동글...

화화도인(火畵道人)

오른쪽 상단에는 '화화도인'이라 적혀 있는데 이는 '불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랍니다. 박창규를 부르던 명칭이었지요.

엄치욱(1814~?), 백악산, 지본담채, 28.3 x 39.4 cm

다음은 겸재 정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조선 말기의 화원 엄치욱의 산수화를 보겠습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겸재의 대표작 <인왕제색도>와 비교해볼까요-

 

부벽찰법으로 강하게 쓸어내린 바위 표현

미점으로 부드럽게 처리한 골짜기의 잡수림 표현

산 능선을 따라 성곽이 이어진 표현

어때요? 그 표현기법이 비슷한 지점이 많지요? 분량상 여기부턴 빠르게 지나가 볼게요-

오경석(1831~1879), 추색청산(가을빛 맑게 갠 산), 지본수묵, 17.9 x 49.8 cm

부채 그림도 화첩으로 붙여두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정학교(1832~1914), 괴석(기이한 암석), 지본담채, 32.7 x 43.8 cm

 

조선 후기에 이르러, 다양한 괴석화가 나오게 되는데 정학교의 괴석화는 그중에서도 아주 독특하다고 전해집니다.

 

독특한 괴석의 조형감각과 적절한 농담 대비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작품 설명에서는 "마치 쌓아 올린 듯한 책을 옆으로 뉜" 것 같다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ㅎㅎ 재밌는 표현이에요)

 

 

저는 예전에 과학시간에 배웠던 광물, 석영(石英, Quartz)이 떠오르더라고요. 정학교의 괴석이 특이한 게 맞는 것이...

 

 

보통 괴석은 이러한 물결치는 모양이 많거든요.

이경승(1862~1927), 부귀호접(모란과 나비), 지본채색, 31.8x25.3 cm

이경승, <부귀호접>에 대한 설명

 

괴석이 등장하는 또다른 작품이에요.

김기병(?~?), 괴석화접(괴석과 나비), 지본채색, 25.2x33.1 cm, 1917

 

장자의 '호접지몽' 이야기를 인용한 것으로, 1917년, 즉 20세기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고려 공민왕부터 1917년까지 근역화휘의 시대적 스펙트럼이 정말 넓더라고요.

 

어찌나 표현이 섬세한지... 살아있는 나비를 붙여놓은 것 같았습니다.

송주헌(1802~?), 함훈사란(함훈이 난을 그리다), 지본수묵, 27.4 x 34.4 cm

 

다음으로는 다시 인물이 등장합니다. 함훈은 당시 난을 아주 잘 그리던 조선 후기의 기녀, 원향을 가리킵니다.

 

기녀가 난을 그리는 모습을 그린 그림인 거죠.

탁자에 종이도 있고, 붓도 있고, 벼루, 수적,필통... 당시 그림 그리던 도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이형록(1808~1883), 문방기명(서재의 기물들), 지본채색, 28.1 x 26.7 cm

 

아, 물론 아예 그 기물들만 그린 그림도 있었어요 (ㅎㅎ)

 

이형록은 책가도에 특히 능했던 화가라고 합니다. 저는 정물, 특히 사물화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의 책가도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ㅇ*

 

4. 책가도

지난 2022년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을 했었는데, 이때 책가도의 매력에 빠져서 왔었죠.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전시정보 ‹근원형상89-2› ‹날아오르다› ‹매화책거리도 8폭 병풍› 오순경 ‹오방신도› 김근중 ‹꽃세상 12-2› 김유진 ‹창경궁 책가도› 작가 미상 ‹매화책거리도› 송규태 ‹서궐도›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는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각 역할별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80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전시에는 제15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강요배, 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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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1884~1933), 설리청창(눈 속의 맑은 창), 견본담채, 31.6 x 24.2 cm

 

여기서 흥미로운 물건은 아래 쪽의 닭발... 아니아니 불수감 입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이런 과일이 있대요;; 부처님의 손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이도영, <설리청창>에 대한 설명

 

 

아까 함훈이 난을 치는 그림을 봤으니까 이어서 난 그림을 보지 않으면 섭섭하시겠죠? ^.~

 

한국사 공부하면 한번쯤 들어봤을 민영익. 그가 그린 묵란 (난초) 입니다.

 

당시 조선에서 묵난화를 가장 잘 그리는 화가는 다름 아닌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 이었는데요. 게다가 그의 스승은 추사 김정희였습니다. 석파의 난에 대적할 만큼 민영익의 묵란화도 높게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조정규(1791~1868 이후), 이어(잉어), 지본담채, 화면 28.0x34.7 cm

잉어 그림도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과연《근역화휘》는 근역의 회화 사전이라 불릴만 합니다. 그림의 주제가 굉장히 다양했어요.

조정규, <이어>에 대한 설명

그나저나 재정비하기 전 바닥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네요...!

 

이제 몇 주요 작품만 남아 있어요.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책본마다 쓰인 종이 패턴이 달라서 이게 7책본인지 3책본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김수철(?~1888 이후), 해산추정(바다 접한 산에서 가을 배를 띄우다), 지본담채, 22.0x25.2 cm

김수철, <해산추정>에 대한 설명

 

서정적인 계절이라 여겨졌는지 가을 풍경을 담은 그림이 많은 것 같은 느낌...

 

1탄에서 들었던 교육에서 미리 보았던 이징의 고사문월도.

 

 

5. <근역화휘>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들

 

아까 본 <괴석화접> 아래의 그림은 제가 이번 근역화휘 전시 중에서도 인상이 깊었던 그림이었는데요.

 

스승 안중식의 <성재수간>을 임모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 임모하다: 글씨나 그림 따위를 본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다.

 

 

낙관을 마치 벽화처럼 찍은 센스 !

 

다음 그림은 홍세섭이 그린 연못 위 물새들입니다.

홍세섭(1832~1884), 진금상축(진귀한 새가 서로 뒤쫓다), 지본수묵, 39.0x38.2 cm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을 이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중간에 잘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 그림은 이보다 컸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화첩 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핵심 부분만 오려 붙였다는 거죠.

 

 

오늘 근역화휘 전시에서 살펴 볼 마지막 작품, 이번 전시의 포스터를 장식한 <탑원도소회>입니다.

 

 

6. 끝인사

 

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2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프라이빗 도슨트 변희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