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1편

 

안녕하세요, 프라이빗 도슨트 변희조입니다.

 

1. 성북동, 간송미술관

한국 고미술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성북동의 간송미술관. 건물 노후로 인해 지난 22년도 9월부터 보수 정비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최근 재개관을 했는데요.

 

 

 

 

 

 

 

📍 간송미술관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2-11 간송미술관

 

저는 6월에 있었던 재개관전은 가지 못했지만, 이번에 '근역화휘'가 전시된다고 하여 다시금 간송미술관을 방문했어요. *여긴 서울입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따로 전시를 해요. 1층이 보화각의 전시이고 2층이 ≪근역화휘≫ 특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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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시 후기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D

 

2. 재개관한 간송미술관에 대한 첫인상

 

맑은 가을날이라 성북동 걷기 좋은 날씨였어요 - ☀️

이건 2022년도 재정비 직전,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인데

확실히 뽀얘진(?) 간송미술관... 😂

2022. 5 / 2024. 10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어요. 특히 저 벗겨진 미색 페인트 벽에 붙어있던 담쟁이들은 정말 드로잉같이 섬세하게 예뻤거든요...

2022. 5 / 2024. 10

그래도 좋아하는 미술관 앞 고목은 그대로여서 다행이야 :) 어랏 아닌가...? 회색으로 좀 바뀐건가...?

 

3. 간송미술관 사전 전시 설명 교육 후기

 

11시 전시 + 교육 패키지 티켓이 있어서 저는 미리 예매하고 갔어요!

신축수장고 건물은 처음 들어와보는... 역시 성북동 뷰 예쁘군!

교육 프로그램 들으면 팸플릿을 하나 주시는데 이게 전시관의 팸플릿과 색감이 조금 달라서 찍어둔 사진이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푸르스름한 왼쪽 색감이 작품 실물에 더 가까운 듯했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이 교육프로그램을 추천드리고 싶은 게, 사전 설명을 듣고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전시 작품과 관련된 다른 작품들의 도판도 함께 보면서 작품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고화질의 선명한 도판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감상 포인트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약 30분 남짓 사전 설명을 듣고 전시관 안으로 이동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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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본격적인 <근역화휘> 감상

 

앞쪽의 책이 이번 전시의 도록이에요. 전시 서문이 너무 입구와 데스크 쪽에 있어서 보기는 살짝 불편했어요 ... ^_ㅠ

보화각 현판이 걸려있는 건 그대로였어요.

◼︎ 보화각(葆華閣) : 빚 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뜻으로, 1938년 그 설립 이후로 간송미술관의 국보급 유물을 선보이는 전시실로 사용되었다.

전시장 표시도 이렇게 직접 글씨로 휙휙 - 썼어요.

2022. 5 / 2024. 10

여전히 간송다워서 좋아요 :)

계단도 너무 깔끔해졌잖아... 그치만 저는 때탄 대리석도 좋았는걸요. 각설하고, 2층에서 진행 중인 ≪근역화휘≫ 전시를 보러 바로 올라가 볼까요?

전시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 제목 관련한 배경지식들을 약간 말씀드려 보자면-

 

 

1) 위창 오세창은 누구인가?

 

위창 오세창(1864~1953) 선생은 3.1운동 독립선언서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서예에 능하였고 예술의 감식안이 뛰어났습니다. 쉽게 말해 예술을 바라보는 눈,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무척 좋으셨던 거예요.

 

 

위창은 서화 감정에서 움직일 수 없는 권위였다. 진위 판정에서 위창이 맞다면 맞는 것이고 작가 추정에서 위창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지금 시대엔 그런 권위 있는 안목이 없어 요즘 미술계가 그렇게 시끄러운 것이다.

-[유홍준의 안목](8) 나라의 큰 어른 위창 오세창

 

 

2) <근역화휘>는 무엇인가?

 

오세창 선생은 이러한 자신의 안목을 활용하여, 흩어져 있던 옛 그림과 글씨를 모은 화첩들을 편찬합니다. 그중에서도 회화 작품을 엄격히 선발하여 화첩을 만든 것이, 바로 지금 전시 중인 ‘근역화휘'(槿域畵彙)’입니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이번 회화 전의 큐레이터가 위창 오세창 선생이신 거죠.

 

이밖에도 그는 <근역서휘(槿域書彙)> <근묵(槿墨)> <근역인수(槿域印藪)>, 역대 서화가 인명사전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 등을 편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편찬은 문화보국(문화로 나라를 지킨다)을 위함이었어요.

 

여기서 궁금하실 부분이 있으실 텐데요.

 

Q. 근역이 무슨 뜻인가요?

근역(槿域)은 무궁화가 피는 지역이라 하여 우리나라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즉, ‘근역화휘'(槿域畵彙)’를 풀이하면 '우리나라의 그림을 묶은 것'이죠.

 

3) 위창 오세창과 간송 컬렉션의 감식?

위창 오세창(1864-1953)과 간송 전형필(1906-1962)

위창 오세창은 간송미술관과도 연관된 인물입니다. 1층의 보화각에 있는 간송 컬렉션들이 바로 위창의 감식을 거쳐 만들어졌거든요. 두 사람의 인연은 고희동 선생의 소개로 이루어졌는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두 사람이 만날 당시에 위창은 60대, 이미 나라의 큰 어른이셨고 전형필은 20대의 청년이었습니다.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난 간송 전형필은 이미 20대 초중반부터 보물을 수집하였고 30대에 미술관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는 안목이 뛰어난 위창 오세창과 사제관계처럼 교류하면서 간송 컬렉션의 퀄리티를 높여갔던 거예요. 위창의 입장에서도, 어린 친구가 자신의 돈을 들여 나라의 보물을 모은다 하니 기특하지 않았겠어요? 본인의 문화보국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하고 고마운 청년일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

 

정리하면, 간송의 부(?) + 위창의 안목으로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약 1만 5천여 점의 간송 컬렉션을 만들어진 것입니다. 간송 컬렉션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보존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 가볍게 이야기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

 

 

이 <근역화휘'(槿域畵彙)> 화첩은, 책 하나만 딸랑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 본(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에 3종이 있고 서울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1종이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1책본이었는데요.'현대첩'이라 하여 책의 편찬 시기와 가까운 회화들을 엮은 책입니다. 우리로 치면 현대 미술 작품집인 건데요. 같은 현대(現代)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들의 현대는 우리의 과거이고... 우리의 현대도 곧 미래의 과거가 되겠지요.

 

디스플레이는 주로 두 그림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유리벽으로 막혀 있긴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어요. 다만 작품 크기가 좀 작은 편이라 정말 디테일한 부분을 보기에는 조금 어려워요.

함께 보고 있기 때문에 한 작품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어서요..! 정말 좋았던 작품은 사람들 없을 때 다시 가서 보고 그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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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근역화휘>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

 

첫 번째로 볼 작품은 공민왕이 그린 양 그림입니다.

왕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요?

공민왕으로 알려진 초상

 

네, 맞아요. 고려 31대 왕이었던 공민왕은 글씨와 그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합니다. 전문화가의 솜씨로 여겨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었다고 하네요.

 

양도, 공민왕(1330~1374), 견본담채, 15.7 x 22 cm

 

그가 그린 양들이에요. 양의 털 한 올 한 올 정말 정교한 필치로 그려져서 실제로 보면 정말 놀랍답니다! 이 그림 자체가 한 작품이 아니라, 어떤 그림이 있었는데 그 일부 조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로 그렸는지, 왜 조각만 남았는지 등등 알려진 바는 아쉽게도 없습니다 T.T

 

여기서 질문, 양은 총 몇 마리일까요? 2마리? 3마리?

이게 위창 오세창 선생도 헷갈리셨나 봐요. '처음엔 세 마리 양 그림(삼양도)인 줄 알았는데 두 마리 같기도 허다...' 그래서 그림 제목도 그냥 심플하게 양도(羊圖·양 그림)가 되었다는 이야기... (ㅎㅎ)

 

안견, 사립독조(도롱이에 삿갓 쓰고 홀로 낚시질하다), 견본담채, 10 x 14.5 cm

조선 전기의 화가인 안견의 그림입니다. 중간에 수줍게 입 가리고 웃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기도 하고요 (ㅎㅎ)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멋진 산수화 작품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었는데, 안견의 인물화는 처음 봤거든요. 약간 일러스트 삽화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구도가 좀 독특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안견, <사립독조>에 대한 설명

 

이상좌(1465~?), 군현자명(여러 어진 이들이 차를 달이다), 견본수묵, 28.2 x 24.2 cm

 

노비 출신이지만 그림 솜씨가 매우 뛰어나 중종의 특명으로 도화서의 화원으로 활동하였다는 이상좌의 그림입니다.

다음은 시냇가와 폭포를 그린 그림인데요.

신익성(1588~1644), 계산한거(시냇가 산자락에 한가롭게 살다), 견본담채, 15.5 x 14.5 cm

 

넓은 들판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산수 표현에 마음이 편해지는 ... 조선 중기의 회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윤신지(1582~1657), 비폭노안(날아내리는 폭포 아래 갈대밭 속 기러기), 견본수묵, 32 x 23.5 cm

 

선조의 사위이기도 한 윤신지(1582~1657)는 시서화에도 능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기러기가 어딨는지 한참 찾았어요 ;)

 

시원하게 쏟아내려 지는 폭포 표현이 단조로우면서도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기러기와 갈대를 뜻하는 노안(蘆雁)의 발음이 노안(老安)과 같아서 부부해로를 기원하며 당대 자주 그려졌던 소재였다고 합니다.

 

홍득구(1653~1703), 어초문답(어부와 나무꾼이 묻고 답하다), 견본담채, 37 x 29 cm

 

다음 작품은 어부와 나무꾼이 서로 세상의 이치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내용을 그린 것인데요. 홍득구는 영의정의 손자였던 사대부 집안의 화가였고, 옛 그림법을 배우지 않고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우선, 어부의 털이 굉장히 섬세해요. 찔리면 피날 것 같이 삐죽빼죽한 갈대숲의 표현과, 미점을 사용하여 원산을 그린 뭉툭한 표현이 대조적이죠.

 

 

'미법'은 점을 여러 번 겹쳐 찍어서 형태를 표현하는 미점준(米點皴)을 써서 부드러운 곡선의 흙산이나 멀리 보이는 나무, 비 온 뒤의 경관이나 짙은 안개가 낀 습한 산세를 그릴 때에 많이 활용된 화법이다.

 

 

제가 가장 눈길이 갔던 건 의복을 그린 필치였어요. 필치는 '획에서 나타나는 멋'을 뜻하는데요. 끈적하다가도 나른하게, 강약조절이 아주 잘 된, 그야말로 멋있고 맛있는 필치 같아요👍🏻

사전 설명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자세히 보시면 옆에 지운 흔적이 보여요. 위창이 처음에 이 작품을 이명욱의 작품으로 알고 있었다가, 뒤에 홍득구의 작품인 것을 알고 지운 것이라 합니다.

이명욱(1640~?) 어초문답(漁樵問答) 지본담채, 94 × 173 cm

 

홍득구와 이명욱의 작품은 구도, 소재면에서 아주 유사하여 당시에 하나의 도상(圖像)이 성립되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뭐, 조선 최고의 감식안도 실수할 수 있죠! (ㅎㅎ)

보시면 한 칸에 3 작품 정도 전시되어 있어요.

유덕장(1675~1756), 통죽(좌), 견본수묵, 28 x 19.3 cm 녹죽(우), 견본수묵, 30.3 x 20 cm

묵죽화가로 유명했던 유덕장의 대나무 그림들입니다.

뿌리부터 그리던 통죽을 중간 부분만 끊어 그린다던가, 절벽에 매달린 대나무인 도수죽을 아름다운 곡선으로 그려낸 것으로 보아 당시 그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찾으려는 시기였으며 기존 도판들을 참고, 학습하며 그린 작품들로 추정하고 있다 합니다.

이정(1554~1626), 묵죽, 견본수묵, 23.0 x 15.2 cm

또 다른 칸에는 탄은 이정(李霆)이 그린 묵죽도 있었는데요. 그는 세종의 현손으로 종친(왕족)이었습니다. 앞서 본 유덕장, 신위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묵죽화가로 불리었다 합니다.

다음 작품은 윤두서의 작품입니다.

윤두서의 자화상

 

윤두서 하면 또 이 자화상 작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밌거든요. 최근 윤두서 자화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꽤 재밌어요... 하단에 링크 달아드릴게요.

 

▼ 출처 :
KBS역사스페셜 – 윤두서 자화상의 비밀/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윤두서(1668~1715), 수탐포어(손으로 더듬어 물고기를 잡다), 견본담채, 27 x 25.5 cm

 

세밀한 자화상의 수염이 연상되는 나무의 표현...

 

 

벗어 놓은 옷과 탕건이 왜이렇게 귀여운지 (ㅋㅋ)

소신발언 합니다. 한국화는 귀여운 것들 의 천지입니다... 🤍 사람들이 왜 이걸 모를까 흑흑

 

윤두서, <수탐포어>에 대한 설명

 

6. 끝인사

 

간송미술관 서울 재개관에 대한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상 <위창 오세창: 간송 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1편은 여기까지입니다. 2편에서 더 많은 작품들로 다시 찾아 뵐게요!

 

감사합니다.

프라이빗 도슨트 드림.